괴물이 된 여자들: 만화 속 ‘성형 미인’과 루키즘

‘오크’.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여성들에게 붙은 새 별명이었다. 오크의 ‘크’를 떼어 접미사로 붙이면 놀리기 퍽 좋은 이름을 만들 수 있었다. ‘전여오크’, ‘효크’. 혐오의 타깃이 된 여성은 혹독한 ‘얼평’으로 가중처벌을 받는다. 넌 여자’도’ 아니라는 조롱, 존재 자체가 위협이라는 야유 속에서 여성들은 때려잡아야 할 몬스터가 되었다. 그로부터 5년쯤 후에는 새 유형의 몬스터가 업데이트되었다. 이마에 보형물을 넣고, 버선코를 만들고, 눈 밑에 지방을 이식하고, 광대뼈를 깎고 양악수술을 한 ‘성형 괴물’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성형외과를 빠져나오는 여성들, 틀에 찍어낸 듯한 얼굴로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여성들을 지역 특정적으로 겨냥해 ‘강남 성괴’로까지 발전한 혐오는 범국민적으로 확산됐다. 사회에서 지정한 규격에 맞지 않는 여성은 어떤 식으로든 괴물이었다. 여성은 응당 ‘자연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워야 하므로, 과장되거나 후천적으로 획득된 미는 감점 대상이다. 미디어는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을 끊임없이 배출시켰다. 여성의 비만은 이미 타파했거나 앞으로 타파해야 할 열등한 상태로 묘사되었고, 날씬하지만 못생긴 여자(<식샤를 합시다 1>의 오도연 같은)는 그보다 더 드물었고, 어느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여성들은 보이지조차 않았다.

작가 마인드C의 웹툰 일부

 

1999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스즈키 유미코의 만화 <미녀는 괴로워>는 아마도 최초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성형미인 캐릭터를 제시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못생긴 외모로 각종 차별과 괴롭힘에 시달려 온 주인공 ‘칸나’는 수백만 엔을 투자해 변신에 성공한다. 영구 제모한 겨드랑이와 비키니 라인을 특별히 자랑스러워하는 칸나는 여성의 몸이 얼마나 구석구석 치밀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방증한다. ‘무결점’ 미인이 된 칸나에게 남겨진 극복 과제는 뚱녀 시절의 촌뜨기 기질이다. 냉정하고, 뻔뻔하고, 변덕스러워도 ‘괜찮은’ 미녀의 특권을 동경해온 칸나는 도도한 애티튜드를 흉내내면 진정한 미녀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칸나의 기존 기질과 충돌하면서 망신스럽게 연출되고, 무엇보다 칸나가 짝사랑하는 쿄스케와의 연애 전선을 방해한다. 모태 미남답지 않게 정의감 넘치는 쿄스케는 여성의 외면보다 내면을 ‘채점’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칸나를 “최악”이라거나 “구제 불능”이라고 일갈하며 냉대하는 유일한 남성인 쿄스케는 칸나의 ‘추녀’적 자질, 즉, 무경험, 저자세, 낮은 자존감, 따뜻한 마음씨에 이끌린다.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후줄근한 라멘집에도 만족하고, 급식사 경험을 살려 가정식을 차려내며, 절약을 중시하는 알뜰한 생활 감각을 발휘할 때마다 가산점을 적립한 칸나는 마침내 결혼이라는 최종목적지에 골인한다.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괴로워> 표지

타고나지 못한 외면의 아름다움을 내면의 선함으로 보충함으로써 남자의 사랑을 받는 <미녀는 괴로워>의 교묘한 개념녀 서사는 어찌나 인기를 끌었는지 국내에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후 <미녀는 괴로워>를 약간 변형한 듯한 다이어트 성공기 –뚱뚱했던 흑과거를 극복한 미녀들의 이야기- 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검사 프린세스>(2010)의 김소연, <드림하이1>의 아이유(2011), <돈의 화신>(2013)의 황정음, <오 마이 비너스>(2015)의 유인영 등 비만 ‘연기’에 도전한 여배우들은 미형의 외모를 포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박수를 받았다. 관련 기사는 ‘망가짐’, ‘파격’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구구절절한 묘사로 실리콘을 접붙이는 특수분장이 얼마나 고된지 묘사한다. 다양한 체격을 유지하며 역할에 맞춰 체중을 증감시키는 남성 배우들과는 달리, 몸매 관리가 평생의 미션인 여성 배우들 사이에는 비전형적 체형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 정도나 겨우 예외 사례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미디어가 선호하는 내러티브는 미용 체중을 초과한 여성의 몸에 수치심을 연결함으로써 ‘팻 셰이밍’ 모델을 양산한다. 영상 매체 속 비만 여성은 ‘긁지 않은 당첨 복권’으로만 존재한다. 살을 빼고 드라마틱하게 예뻐진 여자들의 이야기에는 ‘체중 감량 후에도 못생김’이라는 옵션이 없다. 즉, 성형은 근본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선택지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 이후 다시 자취를 감춰버린 화면 속 성형 미인은 비만 여성보다도 더 구현하기 까다로운 유형의 인물형으로 밀려났다. ‘성괴’의 등장 이후 인공적인 외모가 추함, 사기, 무임승차 등 불쾌함 내지는 부도덕성을 표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중은 더 집요하게 여성 연예인의 성형 여부를 감별하기 시작했다허벅지 위쪽과 겨드랑이 안쪽에서 주사 자국을 찾아내는 시선들, 수술은 시술이고 시술은 무성형이라 우긴다는 비난들 속에서 여성 배우가 성형 미인 역할을 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성형 실패 사례’라는 낙인을 뒤집어쓴 ‘강남 성괴’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가 예쁘다”는 기만적 슬로건이 무색하게 미적 기준과 외모 차별은 날로 건재해졌다. ‘성괴’가 된 여성들은 어디론가 가야 했다. 더 허구적이고 더 안전한 세계, 만화였다.

 

네이버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

 

<내 ID는 강남미인>: 문제는 내 몸이 아니었어

 

네이버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의 주인공 강미래는 뭇 남성의 히로인이었던 <미녀와 괴로워>의 칸나보다는 복잡한 현실을 반영한다. 학창시절 뚱뚱한 체형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던 강미래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만, 살을 빼도 심각하게 못생긴 외모로 불가촉천민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 대대적으로 얼굴을 갈아엎고 “좀 티가 나는” 미인이 된 강미래는 칸나와 마찬가지로 추녀 시절의 ‘쫄보’ 기질을 극복하고 정상성 속에 편입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연미인이 아닌 ‘2등 미인’ 앞에는 또 다른 차별이 가로놓인다. 앞에서는 추켜세우다 뒤돌아서면 헐뜯고,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며 외모로 순위를 매기고, ‘가벼운 여자’일 거라고 기대하는 은근한 혐오의 시선들을 직면하면서 강미래는 문제의식을 수정해 나간다. 이 각성 과정에는 일상적이고 미세한 차별들이 기폭제로 첨가된다. <축제>(33부~35부)는 악의가 없다는 이유로 관용해온 여성혐오의 부조리함을 가시화한 에피소드였다. 남성 학우들이 주도하는 학생회는 대학교 축제 주점에 얼굴마담이 될 여학생을 동원한다. 농담 삼아 여성 학우를 ‘꽃’이나 ‘시든 꽃’으로 재단 및 평가하고, ‘쌍수하고’ ‘살 빼고’ ‘여자처럼 하고 오라’는 주문이 진정한 조언이라고 믿는 남성들을 상대로 여성이 표현하는 불쾌감이나 항의는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네이버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

 

<내 ID는 강남미인>은 사회의 규격 테스트를 통과한 여성 캐릭터들이 누리는 수혜 역시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그려낸다나혜성(도경석의 어머니)은 본인의 능력과 관계 없이 타고난 미모로 인해 트로피 와이프로 전락했던 인물로직업을 포기하고 모성을 선택하라는 강요 속에서 가정폭력에 노출된다끝내 커리어를 택한 죄로 불륜이라는 오명을 쓰고 가정에서 축출당한 나혜성은 자녀들에게도 거절당한다한편남성의 애정을 독점하기 위해 연기와 이간질을 일삼는 현수아는 소위 여왕벌’ 포지션이다하루빨리 ‘썅년’의 실체가 까발려져 망신당하기를 기도하는 독자들의 염원이 고조될 즈음, 현수아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덧붙는다.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 피해자로서 예쁜 얼굴이 삶을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시키는지 경험한 현수아에게 관심과 인정의 유일한 근거는 외모다. 주변 평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동시에 역겨움과 피로를 느끼는 현수아를 조명함으로써 <내 ID는 강남미인>은 강미래 대 현수아의 대결 구도를 자연스럽게 이탈한다. 서사의 종착지는 현수아 징벌을 통한 강미래의 명예 회복이 아니라, 각자의 족쇄를 깨부순 여성 캐릭터들의 자아 되찾기로 재설정된다.

 

여성주의적 읽기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한층 진보된 서사를 전개하는 <내 ID는 강남미인>은 그럼에도 남성 캐릭터를 관성적으로 활용하는 한계를 보인다. 강미래의 외모에 반한 원우영은 신사적이고 다정한 서브 남주의 전형이지만, 루키즘에 복무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제의식과 충돌하며 일찍이 구애 경쟁에서 탈락한다. 이 경쟁의 합격자는 조금 ‘싸가지 없고’ ‘냉정하고’ ‘무뚝뚝하지만’ ‘일편단심인’ 도경석이다. 필부필부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현수아의 “시꺼먼 속”을 꿰뚫어 보고, 강미래에게 음흉한 의도를 품은 남성들을 소리 없이 처리하는 도경석의 시점은 말 그대로 전지적이다. 날카로운 관찰력에도 불구하고 강미래의 고친 얼굴만큼은 알아보지 못하는 ‘성형맹’으로서, 오로지 진실한 성품에 매료된 도경석에게는 20년 전 <미녀는 괴로워>의 쿄스케를 닮은 구석이 있다. 강미래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줄 구원자, 남과는 좀 다른 자연 미남. 여주인공이 예외적 남성을 만나 결합에 성공함으로써 인생 전반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순정 만화적 클리셰는 결국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낡은 메시지로 복귀한다.

 

네이버 웹툰 <마스크걸>

 

<마스크걸>: 미친 여자들의 궐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5년 연재를 시작한 <마스크걸> 1부는 신이 내려주신 몸매를 가졌지만 얼굴을 ‘갈아버린’ 29세 김모미의 이야기다. 성장할수록 역변하는 외모로 연예인의 꿈은 좌절되었으나, 김모미는 매일 밤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변신해 ‘벗캠’ 스타가 된다. 현실에서는 그 누구의 욕망도 될 수 없는 김모미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몸매를 전시하면 남성들의 찬사와 별풍선이 쏟아진다. 작가가 1부 후기에서 밝혔듯이, <마스크걸> 초반 연재분에는 사랑 찾는 추녀의 모험 비슷한 가벼운 분위기가 있었다. 이 로맨틱 코미디적 장르 색채는 김모미가 방송 애청자 ‘핸섬스님’에게 모욕을 당한 뒤 그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주오남을 연이어 살해하면서 스릴러로 급선회한다. 거리에서 보이는 ‘성괴’들을 욕하면서도 틈만 나면 성형외과를 찾아 견적을 내던 김모미에게는 드디어 성형수술의 명분이 생긴다. 변장 삼아 강남형 미인으로 거듭난 김모미는 ‘성괴’가 되었을지언정 몰라보게 편해진 삶을 누린다. 추녀의 삶을 가로막던 수많은 허들이 사라진 덕분이다. 성형 전 김모미는 연쇄 토막살인범인 데다 못생기기까지 해서 더 추악한 여자로 세간에 오르내린다. 성형 후 김모미는 온갖 남자의 추파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들을 상류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주변의 입김에 미적 기준은 높아만 간다.

 

언젠가 꾼 ‘달걀귀신’ 악몽처럼 본판을 지워버린 김모미는 빈 껍질 속에 정체성을 갈아 끼운다. 이아름으로, 라라로, 김춘애로, 또다시 라라로, 주변 여성들의 신분을 베끼며 겨우겨우 연명하는 동안 김모미는 나쁜 선택을 거듭한다. 비윤리, 반지성, 허영, 교활함, 탐욕 등 김모미가 발산하는 부정적 속성은 <마스크걸> 그 자체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추하고 비열한 단상들의 집합. 쿄스케나 도경석이 대표하는 군계일학 구원자가 사라진 세계에서 여성들은 서로를 해치고 이용하며, 남성은 철저히 여성을 구속하는 틀로 ‘기능’한다. 김모미와 이아름을 끊임없이 비교하던 회사 동료들부터, 마스크걸을 숭배하는 동시에 창녀 취급하던 남성 구독자들, 김모미를 의심 없이 환대하는 남자들은 시험 문제처럼 주어진다. 도처에 널린 이 함정들은 김모미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캐릭터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깊이를 부여한다. 김모미의 인격은 자기혐오와 자기애의 양가감정으로 뒤틀려 있으며, ‘진짜’ 라라는 외모 콤플렉스와 남자친구 최부용에 대한 집착을 히스테리적으로 발산한다. 김경자(주오남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거부당한 남근 숭배를 아들에게 전이한 전통적 어머니상을 수행하는 한편, 추한 아들을 외면하던 과거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복수에 매달린다. 평생 저염식 식단을 고집하고 몸매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신영화(김모미의 어머니)의 엄격한 태도, 천박함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에서는 김모미와 절연하게 된 사연의 실마리가 보인다. 루키즘을 내면의 규범으로 삼아 행동하는 여성 인물들은 피억압자인 동시에 억압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네이버 웹툰 <마스크걸>

자기검열 없이 살아가던 김모미의 인생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얼굴이 괴사 직전에 이르면서 폐기 수순을 밟는다. 반대편에서는 김모미를 추적해온 사람들이 사정거리를 성큼성큼 좁혀온다. 서스펜스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마스크걸> 2부 후반부의 백미는 그동안 적대하던 모미와 라라의 연대 결성이다. 낙태 경험이 있는 라라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모미에게, 남성들을 살해한 모미는 데이트폭력 피해자인 라라에게 거부할 수 없는 연민과 동지애를 느낀다. 여성의 삶에 일어나는 ‘재앙’들, 그로 인해 사회에서 난민이 되어버린 여성들의 본능적인 유대는 <마스크걸>에서 인간성이 발휘되는 유일한 순간이다. 김모미가 희망차게 낳은 딸 ‘미모’는 <마스크걸> 3부의 중심인물로 설정되면서 이 연대자의 역할을 이어받을 것처럼 보였다. 아동기까지 어머니와 깊은 애착관계 속에서 자라난 미모는 김모미가 해외도피 준비를 하는 동안 신영화에게 위탁된다. 그러나 김모미의 계획은 좌절되고, 형량 경감이라는 꼬임에 넘어가 2건의 추가 살인을 인정한 김모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김모미가 사회에서 겪었어야 할 수모는 미모에게 대물림된다. 어쩌면 김모미를 이해하고, 누명 벗기에 협력할지도 모른다고 기대되었던 미모는 일찍이 마스크걸 사건을 접하고 김모미를 향한 감정을 증오로 정착시킨다. 폭력적이고 폐쇄적일 뿐만 아니라 김모미를 빼닮아 못생기기까지 한, 시작부터 구제할 길이 없는 미모의 인생은 새로운 각자도생의 가지를 뻗는다.

 

네이버 웹툰 <마스크걸>

 

<마스크걸>의 서사는 극단적일지언정 지극한 리얼리티와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미녀와 백마탄 왕자님의 흔해 빠진 연애담보다는 성형미녀가 ‘개념 미남’을 만나 루키즘에서 탈피하는 판타지가 윤리적이라면, 비대한 욕망을 평생에 걸쳐 억압당해 온 추녀가 자멸하는 파탄극은 좀더 현실적이다. 인간의 눈이 보기 좋은 것, 시각적 즐거움을 찾는 한 미에 관한 선호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의식 해방만으로는 도저히 거스를 수 없을 만큼 깊게 뿌리내린 루키즘은 아름다움을 성취하지 못했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도 ‘정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규격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괴물로 만들고, 괴물이 된 여성들을 무대에서 제거하면서 담장은 날로 견고해져 왔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훨씬 더 많은 ‘비규격’ 여성들의 서사가 필요하다. 뚱뚱한 여자, 못생긴 여자, 성형한 여자, 무엇이건, 이만큼 많은 얼굴과 다양한 몸이 존재하며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사실을 더 많이, 더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김모미의 인생이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바늘이 아니라, 허무맹랑한 픽션이라고 코웃음을 치게 될 때까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2 Comments

  1. Dark Choco

    탱알님 글 언제나 잘 보고 있습니다. 티스토리에서도 댓글을 남기고 싶었는데 초대를 받아서 가입해야만 글을 쓸 수 있어서 아쉬웠답니다. (방법 찾아보다 복잡해서 포기..) 그러던 중 블로그 이사를 하신다는 공지를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요.^^ 글쓰기를 무척 사랑하시는 탱알님 글이 꼭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또 다른 잡지에 연재를 하신다니 정말 잘됐네요!
    사실 탱알님 글 처음 본 건 딴지일보였는데요. 거기 독자들이 대부분 남자들이다 보니 엄청 날선 댓글들이 많던데 위축까진 아니더라도 많이 피곤하셨을거라 생각되어요. 소심한 저로서는 그토록 내 글에 반감을 갖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글을 올릴 엄두를 못 냈을텐데 정말 용기 있고 내면이 단단한 분이신듯.
    탱알님 칼럼은 이 글도 그렇지만 한국에 사는 여자라면 일상에서 누구나 느낄 막연한 불편함과 억압을 콕 집어서 표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정말 말 그대로 사이다를 들이킨듯 속이 뻥 뚫린답니다. 최근 드라마로 나온 , 둘 다 아주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 탱알님 칼럼을 보면서 좀 더 깊이있게 작품을 이해하게 되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자주 들를게용!

    • 탱알

      안녕하세요, 다크초코님!
      생각해보니 티스토리에 그런 제한(?)이 있었지요. 원래는 비회원도 댓글을 남길 수 있게 댓글 기능을 열어두었었는데, 쓰는 글의 성격이 그렇다보니^^; 어느 기점부터 악플이 달려서 폐쇄적으로 운영하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다크초코님처럼 저의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더 받을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지금 돌아보면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옮긴 블로그까지 함께 와 주셔서 감사해요!
      괴물이 된 여자들…을 읽고 저를 알게 된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리고 인상깊게 읽어주신 분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웹툰이라는 매체의 접근성이 이렇게 높은지 몰랐고요… 딴지일보는 사실은 제가 달리는 댓글을 일일히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주변인들이 대신 읽어주거나 어떻게든 제 귀로 흘러들어와서 대강의 분위기를 알고 있지만… 제가 소심이라 그런 것에 반응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잃는 게 더 많더겠더라고요…. 정신건강이라든지(ㅠㅠ) 하지만 딴지일보에 글을 올리면서 여기저기 확산이 많이 되기도 하고 확실히 도움 받은 점이 있지요.
      블로그에 글을 많이 쓰자! 고 결심해놓고 지금 블로그가 꽤 오래 멈춰있는데, 사실은 블로그를 옮긴 바로 그 시기에 좋은 기회를 만나서 책 작업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책에 들어갈 원고에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있어서 다른 글을 쓰지 못하는 상태인데요… 역시 여성주의적인 글들이고, 내년 초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패턴이 적응이 돼야 블로그에도 틈틈이 글을 남길 수 있을텐데 늘 마음에 걸립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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