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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아이에게 짜증을 냈다. 그림책에 그려진 대관람차에 사람이 몇 명 앉아있나 세어보라고 했는데 둘 이후로는 세지를 못하는 거였다. 아이에게 여러 번 가르쳤다. 일, 이, 다음에는 삼, 삼 다음에는 사, 사 다음에는 오. 손가락을 펴. 하나, 둘, 셋, 넷, 다섯. 몇 번을 반복하니까 세 명까지는 셌다. 그런데도 세 명 이후로는 도저히 세지를 못했다. 평소에는 노래 부르듯이 일이삼사오…를 하면서도, 삼 다음에 무슨 숫자가 오냐고 물으면 대답이 멈췄다. 몇 분 씨름을 하니까 애가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을 끝내지 않은 채 덮었고 바로 불을 껐다.

나는 늘 별 것 아닌 일로 짜증을 내고 아이는 그래도 나를 사랑한다. 내가 이렇게 짜증을 내도, 내일 밤이면, 목욕을 마치고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히고 이를 닦이고 잘 준비를 마치면 또 이미 수십 번이나 읽은 책 한 권을 들고 천진난만하게 달려올 것이다. 그런 사랑을 나는 받아 본 적이 없다. 이 세상의 전부가 나라서 온 힘을 다해서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고 나에게 사랑받기를 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랑을, 나는 받아본 적이 없다. 비슷한 걸 해 본 적은 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생각하면 슬퍼진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요즘은 부쩍 시시하고 지겹고 우울하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었겠지.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내가 너를 대하듯 여겼던 거겠지.

내 아이가 영특하고 재치있고 아름다운 장면은 순간이고 육아는 무료하고 권태롭다. 내 아이는 말도 느리고 한국 나이론 다섯 살인데 숫자도 잘 못 센다. 하지만 이 아이는 혼자 잘 놀고 내 말을 잘 듣는다. 그래서 내 영혼은 늘 딴 곳에 가 있다. 몸이 쉴 새 없이 바빠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출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노는 것도 아니라서, 일을 하면 일한다고 애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일을 안하면 일도 안하면서 애도 못 키우는 것 같아 괴롭다.

말이 막혔다. 말하고 글 쓰는 게 내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일이었는데 요즘은 무슨 말을 해야하고 무슨 글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말들이 돌고 도는 데 지쳤다. 하고 싶은 말을 너무 오래 참다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 잠이 오지 않고 늘 화가 나 있다. 그리고 이 불안, 고통, 두려움이 가장 힘 없는 너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서 내 자신이 역겹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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