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좋으라고 하는 황혼 육아인가

며칠 전 한국일보에서 출산 후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쓴 에세이를 읽었다. 이런 주제의 글을 즐겨 보는 성미도 아니거니와 헤드라인이 기깔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클릭한 이유는 순전히 일러스트 때문이었다. 일러스트에는 엄마를 찾는 갓난쟁이와 단 둘이 남겨진 할머니, 그리고 그 뒤편으로 핸드백을 들고 도망치듯 대문을 나서는 딸이 그러져 있었다. 도대체 본문의 요지가 무엇이기에 이런 삽화를 뽑았나 궁금해졌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많은 여성이 출산을 기점으로 어머니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게 되면서 모녀관계가 재정립되는데,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오랫동안 데면데면한 관계를…

비디오의 승리 / 태민 1집 〈Press It〉(2016)

90년대 틴에이저의 대변인를 자처했던 SM의 중2병 감성은 잠시나마 약발을 발휘하는 듯했다. 신화의 ‘요(yo)’ 쯤이 막차였을 거다. 안타깝게도 SM은 박수칠 때 떠나지 못했다. H.O.T.의 ‘아웃사이드 캐슬’과 신화의 ‘올 유어 드림즈’, 슈퍼주니어의 ‘트윈스’, 그리고 동방신기의 ‘트라이앵글’, ‘라이징선’, ‘오정반합’에 이르는 흑-역사의 계보를 꿋꿋이 쓰면서, 밀레니엄 끝물에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콘셉트를 정당화하기 위해 SMP라는 괴랄한 용어까지 창안해낸다. 그나마 신화 정도가 사회비판 노선을 가까스로 비껴갔다 하겠지만, 그들 또한 어느 궤도에 오른 이후로는 진부한 콘셉트를 면치 못했다(‘헤이 컴온’, ‘퍼펙트맨’, ‘너의 결혼식’). SM의 유구한 시스템, 체계적인 트레이닝에…

엄마됨을 인정하는 일 2

엄마가 되려고 태어난 여자는 없다. 여성이 살면서 엄마로서의 길을 걷느냐 마느냐는 취사선택의 문제이지, 단지 자궁을 가졌다는 이유로 ‘재생산’을 필생의 의무로 부과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말로’ 모성은 아름답고 엄마는 강한 존재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어머니라는 ‘신성한’ 역할에 개인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여자라면 출산을 계기로 각성해야 마땅할 절대불변의 진리라도 되는 양, 엄마, 아빠, 시댁, 옆집 아줌마, 처음 본 할아버지, 가장이 되어본 적 없고 엄마 되어볼 일 없을 남성마저 여성을 앉혀놓고 모성애를 훈육하지 못해 안달이다. 혹자들은 모성이 하늘에서…

엄마됨을 인정하는 일 1

아기를 발견했을 때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아직도 선연한 그 감정을 떠올리면 가슴 속이 서늘해진다. 생리가 끊긴지 4개월째, 과식하지 않아도 늘 배가 빵빵하고 가끔은 기포가 터지듯 톡톡 두드리는 느낌이 드는데도 별 일 있겠거니 애써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저녁, 침대에 엎드려 눕는데 문득 아랫배에서 이물감을 느꼈다. 이상한 직감이 스쳤다. 배를 만져봤다. 지방이라면 똑바로 누웠을 때 아래로 퍼지게 마련인데, 배 아래 완만한 지붕 같은 것이 솟아올라 있었다. 두 시간, 세 시간을 배만 더듬거리는데도 동그란 집은 사라지지 않고 거기에 있었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