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왕생〉, 우리는 타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귀신, 을 그려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흑발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여자를 떠올릴 것이다. 귀신을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우리는 그 형상으로부터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현상이 연민할 만한 사연(‘한’)에서 생성되었다고 짐작한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라 할 수 있는 ‘한’은 여성적인 감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가장 비천한 삶에 배어드는 정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대당한 여자들 외에도…

부서진 엄마들 BROKEN MUMS (3): 웹툰 〈남의 부인〉, 그 남자의 진짜 파트너는 누구인가

나만 바라봐 ‘친구 없는 남자’.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으로 친구 없는 남자를 꼽는 여자들을 왕왕 본 적 있다. 낮은 술자리 빈도, 퇴근하면 칼 같이 귀가, 괜히 바람이나 넣는 허풍선이들 차단, 나를 남자들 친목 모임에 끌고 나갈 일도 없는, 그토록 ‘가정적인’ 남자와의 결혼생활은 비교적 수월할 거라고 말이다. 여자들은 남자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한 덩어리로 반죽하는 꿈을 꾸는…

책 「다 된 만화에 페미니즘 끼얹기」가 나옵니다

  제가 쓴 책 「다 된 만화에 페미니즘 끼얹기: 여성 서사 웹툰 읽기」의 출간이 임박했습니다. 2017년에 썼던 웹툰 리뷰 ‘괴물이 된 여자들: 만화 속 ‘성형 미인’과 루키즘(http://taengal.com/archives/171)’과 ‘덴마 8년: 양영순의 여성관은 발전하고 있을까(http://taengal.com/archives/157)’ 이후 출판사 산디에서 웹툰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출간을 제안받아 시작한 프로젝트고요. 2018년 7월부터 글을 쓰고 엎기를 거듭하면서 2019년 5월에 마침내 모든 원고를…

괴물이 된 여자들: 만화 속 ‘성형 미인’과 루키즘

‘오크’.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여성들에게 붙은 새 별명이었다. 오크의 ‘크’를 떼어 접미사로 붙이면 놀리기 퍽 좋은 이름을 만들 수 있었다. ‘전여오크’, ‘효크’. 혐오의 타깃이 된 여성은 혹독한 ‘얼평’으로 가중처벌을 받는다. 넌 여자’도’ 아니라는 조롱, 존재 자체가 위협이라는 야유 속에서 여성들은 때려잡아야 할 몬스터가 되었다. 그로부터 5년쯤 후에는 새 유형의 몬스터가 업데이트되었다. 이마에 보형물을 넣고, 버선코를 만들고, 눈 밑에 지방을 이식하고, 광대뼈를 깎고 양악수술을 한 ‘성형 괴물’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성형외과를 빠져나오는…

〈덴마〉 8년: 양영순의 여성관은 발전하고 있을까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더우먼>과 <악녀>의 극장가 개봉은 참으로 시기적절하다.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가 메가폰을 잡고 갤 가돗이 주연한 여성 히어로 영화, 김옥빈이 쌍검과 도끼를 휘두르며 강도 높은 무술 연기를 소화하는 여성 원톱 액션 영화에는 보장되는 수요층이 있다. 바로 여성 관객이다. 주류 영화계는 여성 배우에게 아주 자그마한 자리만을 허락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사랑스러운 히로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