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보다 임산부: 임산부 취급을 위한 다섯 가지 주의사항

  지하철 선반 위쪽을 올려다보면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태어날 새 생명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세요, 아기가 고마워해요”. 임산부 배려석 벽면에 붙은 커다란 핑크 스티커는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자리’임을 강조한다. 임신 전이었다면 무감각하게 지나쳤을 문장 하나하나가 의심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임산부란 무엇인가? 태아를 앞세우지 않고는 자리 하나도 보전할 수 없단 말인가? 이 나라에서 보이는 임산부 관련 캠페인은 찍어낸 듯이 똑같은 전략을 취하고…

김정숙 씨가 놓친 네 가지

‘삼포세대’라는 말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이 2011년이었다. 6년 간 삶은 더 어려워진 듯하다. ‘우리는 왜 연애/결혼/출산을 하지 못하는가?’라는 신세 한탄은 ‘우리가 왜 연애/결혼/출산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우리는 정말로 연애/결혼/출산을 원하는가? 이전에는 조건이 따라주지 않아 우러러만 보던 삶의 목표들이 강요된 가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확산되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시작했다. 그래서 2017년의 이삼십대는 포기보다 ‘거부’가 어울리는 세대가 됐다. 애초에 추구하지 않는 바를 포기할 수는 없는…

엄마됨을 인정하는 일 2

엄마가 되려고 태어난 여자는 없다. 여성이 살면서 엄마로서의 길을 걷느냐 마느냐는 취사선택의 문제이지, 단지 자궁을 가졌다는 이유로 ‘재생산’을 필생의 의무로 부과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말로’ 모성은 아름답고 엄마는 강한 존재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어머니라는 ‘신성한’ 역할에 개인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여자라면 출산을 계기로 각성해야 마땅할 절대불변의 진리라도 되는 양, 엄마, 아빠, 시댁, 옆집 아줌마, 처음 본 할아버지, 가장이 되어본 적 없고 엄마 되어볼 일 없을 남성마저 여성을 앉혀놓고 모성애를 훈육하지 못해 안달이다. 혹자들은 모성이 하늘에서…

엄마됨을 인정하는 일 1

아기를 발견했을 때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아직도 선연한 그 감정을 떠올리면 가슴 속이 서늘해진다. 생리가 끊긴지 4개월째, 과식하지 않아도 늘 배가 빵빵하고 가끔은 기포가 터지듯 톡톡 두드리는 느낌이 드는데도 별 일 있겠거니 애써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저녁, 침대에 엎드려 눕는데 문득 아랫배에서 이물감을 느꼈다. 이상한 직감이 스쳤다. 배를 만져봤다. 지방이라면 똑바로 누웠을 때 아래로 퍼지게 마련인데, 배 아래 완만한 지붕 같은 것이 솟아올라 있었다. 두 시간, 세 시간을 배만 더듬거리는데도 동그란 집은 사라지지 않고 거기에 있었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