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 문턱에서: 임신중단은 ‘내 맘’입니다

17주 4일이었다. 17주 4일! 평생 이 충격적인 숫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뒤늦게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회사 화장실에서 확인한 임신 테스트기에는 두 줄이 선명했다. 점심시간에 산부인과를 찾았다. 아랫배에 차가운 크림을 바르고 초음파 기계가 몇 번 더듬자 조그맣게 옹그린 척추뼈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의사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크기는 11센티미터가량, 골격 및 기관이 잘 형성되었으며, 남자아이로 보인다고 했다. 나는 태아를 확인한 순간부터 숨죽이며 울기만 했고 상황을 눈치챈 의사는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