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와 ‘black’: 섹스 심벌의 성애화 탈출기

2005년 당시 스포츠 신문의 이효리 관련 기사 헤드라인 이효리가 스포츠신문 1면을 대서특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효리보다도 효리 가슴이 주인공이었다고 해야겠다. 이효리 신드롬에는 김완선이나 엄정화 같은 여성 솔로 가수를 소비하던 90년대적 양식과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텐미닛’의 대성공을 기점으로 여성의 신체는 조각났다. 공공의 품평 대상이 된 가슴을 누군가는 욕망하고, 가짜 가슴이라 비난도 하였으며, 노골적 성 상품화라고 백안시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효리는 너무도 잘 나갔고, 이후 가요계에는…

빠순이에서 덕후로, 덕후에서 메타-덕질로 (2): 자유롭게 팬질 할 권리

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지난 글 ‘빠순이에서 덕후로, 덕후에서 ‘메타-덕질’: 우리 시대의 주체적 덕질은 가능한가(링크)’ 이야기다. 개인 블로그에 글을 업로드하고 머지않아 젝스키스(이하 젝키) 팬들의 항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전운이 느껴졌다. 댓글 작성 권  한을 회원 전용으로 변경했다. 일부 젝키 팬들은 댓글을 달기 위해 블로그 서비스에 가입하기도 했다. 딴지일보에 원고가 올라간 익일에는 담당 기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일부 팬들이…

빠순이에서 덕후로, 덕후에서 메타-덕질로 (1): 우리 시대의 메타-덕질은 성공할까

빠순이와 오리지널 씬   벌써 이십 년이 다 돼가는 이야기지만, 1세대 아이돌 팬덤이 출현하던 20세기 말 ‘빠순이’라는 호칭은 아주 모욕적인 용법으로 쓰였다. 당시 피시통신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리스너들은 표절, 립싱크, 음악성 등을 빌미로 아이돌을 대차게 비판하면서 ‘수준 떨어지는 오빠’를 추앙하는 여성 팬들에게는 ‘빠순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매춘 여성을 지칭하는 비속어에서 파생됐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어원은 둘째 치더라도, ‘빠순이’라는 말에는 십 대 여성팬을 한 데…

산이는 왜 박근혜를 ‘나쁜 년’이라고 불러야 했나

‘티나’였을 것이다. 한국 힙한 씬에 최초로 등장한 팜므파탈의 원형, 남자 지갑에 빨대 꽂고 꿀 빨면서 뒤에서는 오입질로 뒤통수치는 남성들의 적. 그 한국형-된장녀형 악녀의 기원을 찾으려면 브라운아이드소울 1집 <Soul Free>(2003)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CB Mass에서 막 손 털고 나온 최자와 개코가 피쳐링한 곡 ‘Candy’에 등장하는 티나 얘기다. 악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 최자와 친구를 만류하는 개코의…

걸그룹의 표정 / 소녀형 그룹 양산 러쉬에 부쳐

  신드롬이었다. 하이 포니테일을 틀어올린 안소희가 고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만두처럼 빵빵한 볼을 가리며 ‘어머나’ 다시 한 번 말해보라던 순간, 원더걸스의 ‘텔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소희는 초대 국민 여동생 문근영(<어린신부>)의 왕관을 이어받았다. 모르는 사람도 없겠지만 가수로서의 소희는 절망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작은 성량, 불안한 음정, 음이탈도 예사였다. 근데 뭐, 어쩌라고? ‘어머나’ 하나만 야무지게 보여주면 그만이다.…

비디오의 승리 / 태민 1집 (2016)

90년대 틴에이저의 대변인를 자처했던 SM의 중2병 감성은 잠시나마 약발을 발휘하는 듯했다. 신화의 ‘요(yo)’ 쯤이 막차였을 거다. 안타깝게도 SM은 박수칠 때 떠나지 못했다. H.O.T.의 ‘아웃사이드 캐슬’과 신화의 ‘올 유어 드림즈’, 슈퍼주니어의 ‘트윈스’, 그리고 동방신기의 ‘트라이앵글’, ‘라이징선’, ‘오정반합’에 이르는 흑-역사의 계보를 꿋꿋이 쓰면서, 밀레니엄 끝물에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콘셉트를 정당화하기 위해 SMP라는 괴랄한 용어까지 창안해낸다. 그나마 신화 정도가 사회비판 노선을 가까스로 비껴갔다 하겠지만, 그들 또한 어느 궤도에 오른 이후로는 진부한 콘셉트를 면치 못했다(‘헤이 컴온’, ‘퍼펙트맨’, ‘너의 결혼식’). SM의 유구한 시스템, 체계적인 트레이닝에…